술 권하는 사회, 내 몸을 지키는 ‘한의사의 술 보약’ 이야기
음주가 잦은 남성, 간 보약은 따로 있습니다
술을 많이 드시는 남성분들 중에는 이런 분들이 많습니다.
음주 후 예전엔 하루 자고 나면 회복됐는데 이제는 이틀이 가고, 간수치는 조금씩 올라갑니다. 피곤한 데 잠은 또 얕아집니다. 배는 어느새 많이 나오고 성인병과 관련된 수치는 높아져 갑니다.
“간에 좋은 거 뭐 없나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한의학적으로 보면, 술을 많이 먹는 분의 몸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간만 지친 것이 아니라, 비위가 약해지고, 습열이 쌓이고, 수면의 질이 나빠지며, 만성피로가 겹쳐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숙취만 푸는 약과, 간의 기능을 회복하고, 전반적으로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약은 처방의 방향이 다릅니다.
《동의보감》에도 아예 탕액편에 “酒” 항목이 따로 있습니다.
술을 단순 기호식품이 아니라 몸에 생리와 병리에 크게 영향을 주는 대상으로 보았다는 뜻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음주로 인한 질환이 많았슴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 《동의보감》의 철학 자체가 약보다도 양생(건강을 위한 좋은 습관)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점을 생각하면, 술로 인한 각종 증상과 질환도 결국 몸 전체의 균형 회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한의학에서 보는 관점
음주가 잦은 분들은 대체로 2가지 패턴으로 분류됩니다.
하나는 습열형입니다.
특히 간의 습열이 쌓이는 유형이 많습니다. 얼굴이 잘 붉어지고, 입이 마르고, 속이 답답하고, 더부룩한 증상이 있습니다. 술을 원래 잘 드시는 분이지만 예전에 비해 숙취가 오래 가며 화도 잘 납니다.(화를 참는 능력이 예전에 비해 떨어지기도 합니다.)
간수치가 출렁이고, 배는 나오고, 몸은 무겁습니다. 독자분들도 주위에서 자주 보았을 유형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기운이 처지는 유형입니다.
특히 비위의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보다 음주 후 피곤하다, 식욕은 없는데 배는 더부룩하다, 아침에 특히 힘들다는 표현을 합니다.
술을 오래 마신 애주가 타입에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술의 양이 적더라도 자주 음주한다면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양의 문제는 아닙니다.)
즉 술은 간의 습열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성화되면 비위의 기능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간만 좋게 해주세요”라고 접근하면, 반쯤만 보는 셈입니다.
“肝大而肺小者 名曰 太陰人”
사상의학에서 태음인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상대적으로) 간이 크고, 폐가 작은 사람을 태음인이라 한다는 뜻입니다. 사상의학에서는 사람마다 강하고 약한 면이 다르다고 봅니다.
실제로 술을 많이 드시는 남성분들 중에는 체격이 있고, 배가 나오고, 습담이 잘 쌓이는 태음인 느낌의 분들이 많습니다. 사람좋고 둥글둥글한 분들의 유형도 많습니다. 두주불사하는데, 좀 더 열이 오르는 추진력이 강한 느낌의 분들도 꽤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대체로 음주가 강한데, 한의학의 뛰어난 부분은 강한 것도 병이 온다는 관점입니다. (한편 형상의학에서는 생긴데로 병이 온다는 표현도 합니다. 이는 사람의 체형, 얼굴 등 체질적면이 생리 병리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표현입니다.)
술을 잘 먹어서 별 탈이 없을 것 같지만, 결국은 간담의 부하가 누적이 되며, 과체중과 지방간이 동반이 되며, 만성피로를 호소하게 됩니다.
반대로 마르고 예민하고 위로 열이 잘 뜨는 분은 또 다르게 봐야 합니다.
즉 똑같이 “술 많이 먹는 남자”여도 보약은 같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처방
1. 갈화해정탕(葛花解酲湯)
이 처방은 술로 인한 습열과 숙취, 더부룩함, 머리가 무거운 느낌이 있을 때 활용하는 처방입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술독이 잘 풀리지 않는 케이스입니다. 얼굴이 잘 붉어지고, 속이 답답하고, 트림이 나고, 숙취가 오래 가며, 술 먹은 다음날 머리가 맑지 않은 분들에게 활용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보하는 약재를 많이 넣기보다, 습열을 풀어주는 약재 위주로 구성합니다.
2.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이 처방은 오래 술을 마신 분들 중, 기운이 처지고, 비위가 약해지고, 쉽게 피로한 분에게 활용합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비위기능이 함께 떨어진 케이스입니다.
술은 많이 먹는데 정작 밥맛은 없고, 아침이 힘들고, 기운이 축 처지고, 자꾸 소화가 안되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간이 나쁘다’기보다, 비위기능이 떨어지며 더 나아가 몸 전반적인 에너지가 떨어진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약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음주자 잦은 남성분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센 보약도 아니고, 무조건 간약도 아닙니다. 숙취 해소음료는 일시적임을 굳이 설명안드려도 되겠지요.
-술독과 습열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지
-비위와 기운을 먼저 보해야 하는지
-상열의 이슈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복부비만과 지방간을 어떻게 개선할지(비만을 먼저 치료하기도 합니다.)
이것을 잘 분류하여 접근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변증이라 부릅니다. 환자분의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섬세한 접근방법이지요.
마무리하며) 간-침묵의 장기(Silent Killer)
간은 침묵의 장기(Silent Killer)라고 불립니다. 이는 단순히 별명이 아니라 간의 생리적, 병리적 특성을 잘 표현해주는 문장입니다.
간 내부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 세포가 거의 없습니다. 염증이 생겨도 암이 자라더라도 특별히 통증을 느끼지 못합니다. 한편 70~80%가 망가져도 정상처럼 작동합니다. 어떻게 보면 참 성실한 장기이죠. 전체 간의 70~80%가 손상될 때까지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묵묵히 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환자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술 많이 드시는 분일수록 “아직 버틸 만하다”가 아니라 “이제는 몸이 전보다 덜 회복된다”는 몸이 보내주는 신호를 꼭 살펴보아야 합니다.
숙취약은 다음날을 버티게 해줍니다. 하지만 한약은 몸의 균형의 회복과 전반적인 간과 비위기능의 개선에 초점이 있습니다.
최선의 처방은 물론 음주를 줄이는 것입니다.
다만 술이 문제인 줄 알면서도 사회생활 등의 이유로 쉽게 끊기 어렵다면, 오늘 말씀드린 부분을 꼭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구기자, 복분자, 당귀의 사진입니다. 간의 피로와 혈행의 개선에 많이 활용합니다.










Leave a Reply
Want to join the discussion?Feel free to contrib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