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보약,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산후보약,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출산은 기쁜 일이지만, 몸으로 보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임신과 분만을 거치며 여성의 몸은 짧은 시간 안에 큰 변화를 겪고, 기혈의 소모도 적지 않습니다.

현대 의학에서도 산후 첫 6주는 중요한 회복기로 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출산 후 첫 6주를 산모와 신생아 모두에게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도 산후 관리를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내지 말고, 출산 후 3주 이내에는 먼저 산모의 상태를 확인하고, 12주 이내에는 전반적인 회복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즉 12주까지는 산후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기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도 산후는 오래전부터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시기로 여겨졌습니다.

단순히 아이를 낳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뒤 몸을 어떻게 회복시키느냐가 이후 건강의 방향을 좌우한다고 본 것입니다. 산후보약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언제 먹으면 좋다”는 것이 아닙니다.

산후의 몸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그리고 회복의 순서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1. 산후에 왜 몸을 특별히 돌봐야 할까요?

한의학에서는 산후의 몸을 허증과 함께 어혈이 남기 쉬운 상태로 봅니다.

“凡產後氣血俱去,誠多虛證” 《경악전서(景岳全書)·부인규(婦人規)》

경악전서에 나오는 위 문구는 산후에 기혈의 손상과 허증이 많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실제 임상에서도 꽤 중요합니다. 출산 후에는 쉽게 피곤하고 기운이 없으며, 식욕이 떨어지고 땀이 많아지는 식의 허증이 흔합니다.

“瘀去新生” , “調養氣血”

어혈을 제거하고 기혈을 생한다, 기혈을 조리하고 보양한다의 뜻입니다.

이는 위에 말씀드린 허증과 함께 오로가 남아 있거나, 아랫배가 묵직하고,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며, 부종이나 통증이 남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산후를 단순히 “허하니 무조건 보해야 한다”고만 보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몸이 허한 것은 맞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이 남아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산후 회복의 핵심은 기혈을 보하고, 어혈을 제거하는 것에 있습니다.

2. 산후보약은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출산 직후부터 복용을 권장드리며, 몸 상태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산후 백일 후에 복용을 시작한다든지, 모유수유 종료후 복용을 시작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감기에 걸려서 병을 다 앓고 난뒤 약을 복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출산이후 어혈의 상황과 기혈의 손상이 많을 때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산후 수개월 이후나, 1,2년 뒤에 내원하는 경우도 산후의 몸상태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 산후보약의 개념으로 처방합니다. 산후 초반보다 치료와 투약기간이 더 길게 됩니다. 만성요통이나 만성피로가 더 많은 치료기간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다만 시기별, 산모의 몸에 상태에 따라 처방의 방향은 다를 수 있습니다.

3. 시기별로 달라지는 산후 처방의 방향

① 출산 직후부터 1주-2주 전후

이 시기는 몸이 아직 출산의 여파가 남아 있을 때입니다. 오로가 배출되고, 자궁이 수축하고, 통증과 부종, 피로가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는 무조건 보약부터 쓰기보다, 남아 있는 어혈과 순환의 정체를 먼저 살피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처방이 생화탕(生化湯)입니다. 생화탕은 산후 초기에 널리 응용되어 온 대표 처방으로, 산후병 임상 연구 동향에서도 초기에는 생화탕가감을 먼저 쓰고 이후 보허 방향으로 넘어가는 패턴이 많습니다.

이 시기의 핵심은 보하는 것이 아니라,어혈의 제거와 순환의 개선에 있습니다.

② 2주-4주 전후

산후 초기에 비해 급한 증상은 조금 가라앉지만, 몸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에는 상열감, 식은땀, 부종, 하복부 불편감, 유방 통증, 피로감 같은 증상이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혈을 정리하면서, 서서히 기혈 회복을 도와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 단계에서 많이 응용되는 처방 중 하나가 궁귀조혈음(芎歸調血飮) 계열입니다. 생화탕에 여러 약재를 가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국내 연구에서는 궁귀조혈음가미방이 산욕 초기 여성의 상열감, 다한, 부종, 봉합부 통증, 유방창통, 하복통 등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③ 4주- 6주 전후

오로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큰 통증이나 불편감이 지나간 뒤에도 기력이 잘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피곤하고, 땀이 많고, 식욕이 떨어지고, 어지럽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몸이 허전하게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호소하는 산모들도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본격적으로 기혈을 보하는 방향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여러가지 처방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생화탕이나 궁귀조혈음의 처방약재를 조절하고 용량을 증량한다든지, 많은 분들이 아시는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계열을 쓸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산후보약은 4주(한달) 정도면 대부분의 산모가 산후의 제반증상과 불편감이 많이 개선됩니다. 산모의 상태에 따라 노산이나 기혈손상이 많은 경우는 2-3개월정도 약을 투약하기도 합니다.

*제왕절개를 한 경우는 병원약을 복용을 다 한 시점에 이어서 복용을 권합니다.

4. 글을 마무리하며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산후보약은 누구에게나 같은 방식으로 복용하는 약이 아닙니다. 출산 직후에는 오로, 통증, 부종, 소화, 수면, 피로 상태를 먼저 보고, 몸이 아직 정리 단계인지, 회복 단계인지, 본격적인 보허 단계인지 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지금 내 몸이 어느 단계에 있는가”입니다.

산후의 몸은 허증이 본질입니다. 그러나 그 허증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어혈 등 배출(제거)해야 하는 이슈와 습담, 기허, 부종 등의 이슈가 함께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산후보약은 출산직후 빠른 복용을 권장드리며, 맞는 방향으로, 맞게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신과 출산 긴 과정 수고많으셨습니다. 출산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가정에 늘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안내말씀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내용이며, 실제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의 진단을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산후 제반질환이 나타난 경우에는 지체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방문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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