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룡탕 이야기

귀룡탕은 소아처방의 대표적인 처방이지요. 오늘은 이 처방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귀룡탕은 몇가지 설이 있습니다. 저도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명확한 기원이 잘 안보이는 군요. 거북이 귀, 용 용을 써서, 龜龍湯으로 표기하는 것이 있는데, 이는 정혈과 양기를 보강하는 개념으로 보는 것입니다. 세의득효방이라는 책에 나와 있다고 하며, 그 이전의 처방의 출전은 확인을 못했습니다.

이 처방은 성인 및 중장년층의 정혈의 저하와 원기저하에 활용하는 처방의 방식입니다.

요즘 소아에게 많이 쓰는 귀룡탕은 당귀(돌아갈) 귀, 녹용 용을 써서 歸茸湯입니다. 당귀귀룡탕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처방은 여러가지 버젼이 있는데, 당귀와 녹용이 핵심입니다. 당귀의 양을 증량하면서 보혈하는 당귀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성장과 체력강화에 도움이 되는 녹용의 역할이 또한 중요합니다.

두가지 약재만 단방으로 하는 경우도 있구요.

당귀, 산약, 구기자, 백출, 진피, 목향, 사인 감초 등의 조합으로 보혈, 보간+ 입맛을 좋게 하는 방식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한편, 당귀, 산약 에 산수유(보신), 택사(노폐물의 배설) , 진피, 목향의 조합으로 귀룡탕에 육미지황탕 느낌을 가미하여 구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녹용을 넣는 것이 좋습니다. 녹용은 보혈, 성장, 두뇌의 발달, 체력의 강화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한편 귀룡탕의 구성요소를 보면 단순히 소아보약에만 쓸 이유는 없습니다.

성장기의 소아, 청소년기에는 인체의 골격과 오장육부의 완성을 위해 신기(신장의 기운), 신정(인체의 핵심되는 소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노년층이 되면 이제 신기, 신정이 소모되기 시작하므로 이를 보강하기 위해 귀룡탕을 쓸 수도 있는 것입니다. 표면적인 처방의 구성은 동일하더라도, 이 처방을 쓰게 되는 사고의 출발은 다른 것이죠. 이러한 부분이 한의학적인 접근 방식이며 또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제가 주로 귀룡탕을 구사하는 방식은 처방의 본래의 의미를 살려, 당귀의 양을 2배이상 증량하며,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보통 아이들이 심기가 불안한 경우가 많지요) 용안육의 양도 증량합니다. 이는 약맛을 좋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소화기능을 개선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산약의 양도 증량합니다. 한편 간기, 간음(간의 기운)을 보강하는 구기자도 늘 넣는 편입니다. 간의 음이 보완이 되면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만, 성장기의 근육통이라든지 눈에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의 위장의 상태를 감안하여 신곡, 사인, 산사, 나복자, 진피의 양을 가감하여 넣습니다. (대체로 아이들은 비위의 기능이 약하여, 잘 안먹거나 편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산만한 아이들은 모려, 용골을 넣기도 하며 산약의 양을 2배이상 증량합니다. 산만한 경우,ADHD진단을 받고 오는 경우등도 요즘에 많지요. 이러할 때에도 별도의 포스팅으로 글을 올릴 주제이지만, 일상적으로 학교생활이 가능한 경우는 귀룡탕에 가미를 많이 합니다. 진정도 시켜야 하지만, 오장육부의 균형성장을 놓칠수가 없는 부분이지요. 녹용은 거의 대부분 가미를 합니다. 녹용은 소아 청소년시기에 오랫동안 안정되게 활용해 온 좋은 약재입니다. 비위기능이 많이 약하다든지 성장이 늦다든지 하면 6개월 이상 1년이상 녹용을 넣기도 합니다. 녹용이라고 1년에 한번만 넣으라는 법은 없지요. 반에서 키로 1번 2번인 경우라면, 더 집중적으로 장기적으로 처방을 해야겠지요.

11월 1일입니다. 가을이 한창이고, 이번달말이면 낙엽은 지고 겨울준비를 하게 되겠지요. 소아 성장의 관점에선 환절기 비염도 조심해야 하며, 겨울철과 내년 봄을 위한 신정(신장의 기운)의 축적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가을 겨울에 필요한 에너지를 잘 비축하고 단도리를 하는 것이 튼튼하고 건강한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지요. 한약은 4계절 다 쓸 수 있는 것이지만, 가을 겨울 무렵의 한약은 이러한 의미가 있습니다. 잔병치례가 많고 성장이 더딘 소아청소년이라면 이 시기에 자연의 선물 한약을 복용해보시길 권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