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논바닥과 같은 갱년기, 촉촉한 물길이 필요합니다
최근 갱년기 증상으로 내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지신 것 같습니다. 얼굴이 확확 달아 오르고, 땀을 흘리면서 전신이 간지럽고, 잠을 이루기가 어렵고 등등..많은 분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먼저, 갱년기 증상은 여성호르몬의 고갈로 인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아, 그럼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되겠다!”라고 생각하시면 될까요?
갱년기란? 음이 허하고 양이 부족하면서 생기는 불균형
갱년기 증상은 여성호르몬의 고갈로 인한 것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 것 뿐, 체내에서 완전 중단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호르몬 주사 등 외부에서 호르몬이 인위적으로 주입된다면,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생산/분비되던 호르몬 분비가 완전히 중단하는 비극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호르몬을 주입하다 중단하게 되면 그로 인해 보이는 간극을 감당하지 못하여 계속 호르몬에 의존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갱년기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시작한 호르몬 대체요법은 치료가 아닌 호르몬 중독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갱년기 증상을 음액(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것으로 바라봅니다. 즉 음이 허하고 양이 과하게 되는 것입니다.
음이 부족하고 양이 과하다?
쉽게 이미지를 그려 보자면, 갈라진 논바닥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논바닥은 하부에 물이 촉촉하고 상부에 햇빛도 잘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논바닥의 물이 부족해지고 햇빛만 과해지면 논바닥이 갈라지게 됩니다.
이런 갈라진 논바닥이 몸 안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몸에 화기(양기)가 상부로 치솟으면서 얼굴이 달아 오르고 진땀이 나고 몸이 간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이 오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마치 논바닥에 물을 공급하듯 음액을 보충하여 몸을 촉촉하게 하면, 피부도 윤기가 생겨 간지럽지 않게 되고, 얼굴의 화기(火氣)를 가라앉히고 소통하게 하여 잠도 잘 오게 하는 처방이 관건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갱년기 증상을 다스리는 자음강화탕 처방의 원리입니다.
자음강화탕은 음액(여성호르몬)을 보충하고 과한 화기를 내려준다(강화: 내릴 강, 불 화)는 뜻에서 유래한 처방명입니다. 사람에 따라 녹용자음강화, 자음강화가미 등의 처방이 있습니다.
자음강화탕 처방의 약재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당귀/맥문동/숙지황/지모/지골피/작약/백출/건지황/진피/황백/자감초/산약/구기자/목단피/녹용 (지골피와 녹용은 특히 골수로부터 혈중 칼슘용출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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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와 마찬가지로 갱년기 역시 세월이 흐르며 거쳐야 하는, 어떻게 보면 피할 수 없는 자연의 한 계절입니다. 과거의 무수히 많은 여성들이 현대의 여성들처럼 갱년기 증상을 겪어왔고, 이 시기를 순조롭게 보낼 수 있는 처방 역시 존재해왔습니다. 이렇듯 자연은 언제나 질환과 치유를 함께 제공한다는 것이 야속하면서도 놀라운 것이라 하겠습니다.
God ble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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