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처방(암투병의 기록-십전대보탕 가감)
어머니는 긴 투병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2008년 11월에 대장암이 발병했고, 이후에도 폐암, 뇌종양까지 세번에 걸쳐 전이와 수술을 반복하셨습니다. 두차례 긴 항암치료와, 뇌 방사선 치료를 받으셨구요. 뇌방사선 치료는 치료당시에도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이 되어서 결정을 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후 재발을 안하셨습니다. 다만 방사선치료의 후유증으로 하지 운동기능이 점점 쇠약해져서 2년전부터 병상에 누워 계십니다.
암 4기의 환자로서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미래를 누가 예측할 수 있겠습니까만, 10년전 폐암 전이때 1년만 더 함께 어머니와 시간을 가질 수 있길 기도했었던 기억이 선연합니다.
병이란 의사의 노력과 환자의 의지가 함께 결합될때, 병마와 싸울 힘이 얻어집니다. 어머니는 강한 의지를 가진 존경할만한 환자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긴 세월 투병으로 너무나 고생하셨기에 애뜻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동시에 듭니다.
지난달에는 코로나가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도 침입을 했습니다. 병약한 체력을 감안하면 염려를 많이 했습니다. 저도 환자를 봐야하는 의료인이기에, 어머니의 병의 경중에 따라 어머니를 간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가벼운 경우라면 간병인이모에게 부탁드리고, 위중한 상황인경우에는 직접 간병을 가기루요. 다행히 큰 누님이 만사 제치고 어머니 간병에 나셔서서 지난달의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올해 초까지는 사향공진단과 보양환오탕(양기를 북돋아주는 처방이름)을 계속 복용했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회복을 위한 처방을 고민했는데, 이번에는 십전대보탕에 호흡기에 도움이 되는 몇가지 약재를 더한 처방을 준비했습니다.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은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운을 보태는 사군자탕(四君子湯)과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사물탕(四物湯)에 황기와 육계가 첨가된 처방입니다. 중장년 이후가 되면, 에너지와 혈 모두 쇠약해지므로, 기와 혈을 함께 보충해주는 것은 아주 의미가 있습니다. 십전대보탕의 십(十)은 완전하다의 의미가 있습니다. 균형이 잘 잡힌 완전한 처방의 의미이기도 한데, 실제로 임상에서 활용할때는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심장이 약하거나 열감이 많은 분은 약재 가감이 필요합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오미자 맥문동 산약 구기자 등을 가미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어머니에게 한 처방도 십전대보탕에 상기 약재를 추가했고, 기운을 소통하기 위해 진피, 양기를 복돋아주는 러시아산 분골녹용을 첨가했습니다.
어머니는 양방 수술과 항암치료뒤엔 한약치료를 적극적으로 병행했습니다. 10여년을 한약을 계속 이어서 복용했습니다. 최고의 수술을 해준 서울대병원 의사선생님과 또 적극적인 한약투약으로 병후관리를 해온 점, 그리고 무엇보다 고귀한 환자분의 강한 의지가 결합이 되어 기적을 계속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어머니의 암투병과 한약치료의 기록을 남기는 것은, 가족의 이야기이기 이전에, 암환자의 투병기록이기도 합니다. 작년에 발간했던 ‘살구나무아래에서’에서도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 일부 나오고, 또다른 암투병을 했었던 아버지의 분투기를 담았었습니다. 아버지는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못했지만, 어머니는 지금도 제 곁에 계십니다. 이글을 읽을 많은 암투병 환자분들이 이 기록을 보고서 힘을 얻으시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적어가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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