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마음

비가 오는 수요일. 문득 고인이 되신 아버지가 생각나는 저녁입니다.
한의사가 되었을 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은 “침을 놓을 때 신명이 나야 한다”였습니다.
기계적으로 침을 놓는다거나 침 놓는 것을 고된 노동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한국의 독자적 약품개발의 선구자이신 전성수 약사님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수입약품인 훼스탈이 지배적일 때 국내 최초 소화제 베아제를 만드신 분입니다.
이외에도 이 분이 만드신 약품의 수는 어마어마합니다.
70대 후반의 연령에도 불구하고 매일 새벽마다 많은 양의 외국 의학논문을 읽으시는 분.

좋은 약을 만드는 비법이 무엇인가.
한의사로서 좋은 처방을 내기 위한 비법은 무엇인가. 화두를 던지셨습니다.

답은..환자를 애틋하게 하는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하루종일 환자만을 생각하고, 잘 낫지 않는 환자의 경우, 무엇이 문제일까 어떻게 낫게 할 수 있을까
항상 환자만을 생각하는 의사는 언젠가는 기필코 그 환자를 낫게 하는 약을 개발해내고야 만다는 것이었습니다.

40년간 독보적인 약품을 개발한 노장의 비법은 바로 ‘환자를 애틋하게 하는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마치 허준이 침을 놓다가 생을 마감한 것처럼
80을 바라보는 전성수 약사님은 당신의 지식을 후배들에게 널리 알리고
그렇게 강의를 하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분의 지식을 배우고자 했던 저는 다시 한번 반성을 하고
의사로서의 초심, 사명을 잊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최근 들어 보약이 아닌 치료한약이 필요한 환자분들의 내원이 늘고 있습니다.
안면마비, 역류성 식도염, 위염, 대상포진, 과민성대장증후군, 비염, 각종 피부질환 등..

한 분 한 분 처방을 할 때마다, 애틋한 마음을 잊지 않고 처방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늙은 자녀에게 죽을 먹이는 노모의 마음으로
그 옛날 부채질을 하며 약을 달였던 어머니의 마음이라면
그 어떤 병이라도 나을 것입니다.

god bless you!

의인 전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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