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라도 먹일까요?!’ 발끈하던 응급실 여의사
2009년 어떤 여름 밤의 이야기입니다. (제 큰 딸은 2009년 8월에 태어났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저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기는 종일 잠만 자는 것 아니었나?’
아빠가 되기 전엔 아기는 잠만 자는 존재라 생각했었죠.
교과서적으로 이러 저러한 원인으로 아이가 수면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배운 바 있지만
현실로 체감하니..잠을 안자는 아이, 자주 깨는 아이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맥 상으로는 별 일 없는데 왜 안잘까?
부모랑 기 싸움을 하자는 걸까?
설마 졸린데 참는걸까? 왜 참지? -_-^
하루는 정말..매우 심하게 고성으로 한참을 울더군요.
아내는 다급해 하며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병원 갈 일은 아닌 거 같은데..아내와 실랑이 끝에 그 새벽에 결국 모 종합병원 응급실에 가게 되었습니다.
아기 덕분에 종합병원 응급실의 상황을 겪을 수 있었는데..
너무나 많은 아기들과 당황한 부모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앳되 보이는 의사는..전혀 감정이 없어 보였습니다.
제 딸을 보더니 아무 이상 없다며 그냥 가라고 합니다.
아내: “아기가 이렇게 울쟎아요. 어디 불편한 거 아닌가요?”
젊은 여의사: (짜증난다는 듯이 올려다보며 신경질적으로) “그럼! 수면제라도 먹일까요?!!”
무수한 초보 엄마아빠들이 별 이상 없이 그냥 울기만 하는 신생아를 데리고
응급실에 많이들 왔을 것입니다.
의료적인 처치가 딱히 없는 상황 속에서 밤에 잠도 못자고 짜증이 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황한 부모들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저로서는 충격이었습니다.
수면제라도 먹일까요?!!
신경질적으로 쇳소리를 내며 다시 컴퓨터로 시선을 돌린 젊은 여의사.
저 사람이 저 자리에 앉기까지의 원동력은 대체 뭐였을까?
적어도 환자를 위한 마음, 아이를 고치겠다는 마음..이 원동력은 아니었을 거라 봅니다.
그 어떤 처치도 상담도 없었음에도 야간응급실이었다는 이유로 5만원 이상의 진료비를 내고 돌아왔습니다.
저로서는 ‘나는 한의사로서 어떻게 유소아환자를 대해야 하는가‘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과연 아이는 딱히 어디가 이상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종합병원까지 가서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내는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결혼 초반에는..이런 아내의 태도에 서운함을 느꼈지만..아내도 이젠 남편인 저를 믿고 가족의 치료를 맡깁니다^^)
—
유소아 환자의 경우는..
병적인 증세가 아닌 경우 내원한 경우도 제법 있기에
딱히 어떤 처치나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때도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유소아 환자와 그 보호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저에게 반면교사가 된 에피소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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