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늦둥이 출산과 모유촉진한약

[에피소드]
얼마 전 전화로 “젖 잘 도는 한약도 있나요?”라고 문의하는 분이 계셨다.
목소리를 통해 짐작컨대 본인이 아니라 며느리나 딸이 출산했나보다..라고 생각했더랬다.

1-2시간 후, 딸 둘을 대동한 분이 등장. 큰 딸이 신생아를 안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작년에 우리 한의원에서 딸들 성장 클리닉을 문의한 분이셨다!!
막내딸이 백설공주처럼 이뻐서 퍼뜩 기억이 났던 것.
그렇게 등장하신 엄마와 두 딸, 그리고 신생아를 보며 든 생각은..

‘맏딸이 사고를 쳤구나…’

“아까 젖 잘도는 한약 문의한 사람이예요”
“아..네…너무 간만에 뵙네요..”

‘맏딸이 사고쳤나요?’라고 차마 물어보지 못하던 중
어머니께서 먼저 말씀하시길, “제가 산모예요. -_-”

세상에!! 오 마이 갓!! 어머니, 정말 대단하세요!라며 호들갑을 떤 나.
44세의 나이에, 각각 18살, 16살의 딸을 둔 분인데
4.2kg의 아들래미를 자연분만으로 낳았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모유수유를 하시겠다고 한약을 지으러 오신 것.

워낙이..건강하고 자기 관리 잘하는 분이어서
1년 전에 오셨던 분임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
딸들도 이쁘고 엄마도 활달하고 이쁘시네..했었으니까.
결국 여성의 임신, 출산은 엄마의 건강과 직결되는 것 같다.

[산후조리와 모유촉진한약]
젖이 잘 나오게 하는 한약은 결과적으로 산후조리에도 매우 좋은 처방이 된다.
출산 후 산모에게 일어나는 모든 인체작용은 거대하고 종합적인 배독작용(독을 배출하는)이라고 보면 된다.

자궁수축이 되면서 소위 오로도 잘 나오게 되며,
이렇게 어혈, 오로가 고여있지 않고 잘 나올수록 산모의 회복도 빠른 법.
따라서 모유수유를 하는 경우 자궁수축력이 좋아지기때문에 훨씬 산후조리가 잘되는 것이다.

이렇게 산후기초대사가 원활하면 산후 붓기도 빨리 최소화되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젖 말리는 한약을 지으러 오신 분들보다 젖 잘 도는 한약에 대한 니즈가 있으신 분들은
산후보약을 짓기에 보다 용이한 면이 있다.
인체가 알아서 산후조리를 하는 과정 속에서 한약은 이를 촉진하는 역할, 돕는 역할을 하는 까닭이다.

[산후보약 – 한의원에서 진맥을 통해 신중하게 지어야 하는 까닭]
말 그대로 보약이라고 해서 몸을 보하는 약재를 본인의 체질에 상관없이 건강원 등에서 달여 드시는 경우를 제법 봅니다.
하지만 산후보약의 경우 그 어떤 경우보다 산모의 체질과 상황에 맞춰 신중하게 처방, 탕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삼은 소위 ‘보제’로 몸을 보하는 보약에 제법 쓰입니다만 모유촉진한약에는 인삼을 잘 쓰지 않습니다.

모유수유의 경우 산모뿐아니라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태열증세가 있는 아이의 경우(심하게는 아토피가 의심될 정도의 상태로 가는 경우 많음)
인삼 및 황기가 이를 북돋을 수도 있으므로 모유수유 중인 산모에게는 처방을 지양합니다.

또한 잉어즙 먹어도 되나요?는 홍삼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과 함께 산모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입니다.
제 체질에 흑염소는 어떨까요? 호박즙 먹고 있는데 한약 같이 먹어도 되나요?
호박, 잉어, 가물치, 흑염소 등은 옛날 우리 어른들이 산후조리 및 모유촉진에 즐겨 먹던 것이며
경험적으로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요즘 산모들에게는 오히려 폐증(부작용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이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옛날 우리들 할머니의 할머니 세대랑 요즘 산모들의 투약환경이 많이 다르기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방감기약을 처방함에 있어서 아주 옛날의 처방을 그대로 적용하면
지금의 현대인들(이미 양약을 많이 복용한 바 있는, 내성이 생긴)에게 잘 맞지 않기에
진화된 처방을 내려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시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따라서 “모유촉진에 잉어즙을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에는
일괄적으로 답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어떤 분에게는 좋을 수 있고 어떤 분에게는 오히려 안좋을 수 있습니다.

결국 산후보약만큼은 직접 내원하셔서 진맥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약재처방을 구해야 합니다.
게다가 여성은 출산을 전후로 체질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출산 전엔 추위를 타던 분이 출산 후엔 기초체온이 올라가면서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열증을 나타냅니다.
달라진 체질변화에 맞는 한약을 지어야 하겠지요.
이러 저러한 약재가 몸에 좋다더라..하여 마구잡이식 탕전은 오히려 해가 됩니다.

[모유촉진을 위한 생활습관]
잘 아시다시피 자꾸 젖을 물려야 합니다. 젖은 아기가 빨수록 늘어납니다.
그리고 밤중수유를 해야 젖량이 늘어요. 프로락틴이 밤에 많이 생산되는 까닭입니다.
잘먹고 잘자고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 하구요.

[모유촉진을 위한 한약과 함께 먹으면 좋아요]
곰탕 설렁탕 도가니탕 돼지국밥 추어탕 삼계탕 따듯한 우유 등을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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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을 수령하실 때 늦둥이 아빠가 엄마랑 함께 오셨습니다.
한약을 먹으면서 침치료, 왕뜸치료 등도 함께 하면 좋기에
아내가 치료를 받는동안 아기를 보기 위함이었죠.
대기실에서 아기를 앉고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귀여우셨어요~
(밤에 잠을 못주무신다고 ^^;;)

“이 놈이 20살일 때 난 68살인데..”하면서 걱정하셨지만 두 분께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

두 분 모두 넘 건강하시니 나이 걱정 마시고 늦둥이 아들 잘 키우시길~
또한..아이가 있으면 젊은 기운으로 인해 + 강렬한 존재이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더 건강해지실 겁니다!!

이상 늦둥이 본 엄마의 모유촉진한약 상담 후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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