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어린 뇌질환 환자의 내원
2012년을 맞은 지 벌써 4일이 되었습니다.
1월 2일 한의원에 출근하여 마음 속으로 기도했습니다.
2012년에는 제가 최선을 다해 고칠 수 있는 환자가 오게 해주십시오..
이번 한 해는 의미 있는 치료를 많이 할 수 있는 해가 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난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한의원이 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리고 현우(가명/15세)가 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로 보이는 분들과 함께.
하지만..할아버지로 보이는 분은 아버지셨습니다.
그만큼 삶이 고단하셨던 것이죠.
한 쪽 소매가 힘 없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팔이 없는 분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처진 눈과 입, 말투로 보아 아버지 역시 장애를 겪고 있는 분 같았습니다.
어머니 대신 할머니가 오셨습니다.
현우가 어디가 불편해서 왔는지 여쭤보니
현우가 태어났을 때부터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한 10분은 이야기 하신 것 같습니다.
“어르신, 현우가 어디가 불편한 지 알아야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마음에 담아두신 이야기는 많으시겠지만 지금은 현우가 어디 불편한 지 알려주시겠어요?”
그러자 아버지가 대답하십니다.
“얘가 한 쪽 뇌가 없대요. 어쩜 좋죠?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해서..”
뇌가 없을 리가…
아버지 역시 표현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현우에게 물어봅니다.
현우 역시 표현의 한계가 있습니다. 글씨도 삐뚤삐뚤 힘겹게 썼습니다.
손과 무릎, 걷는 폼새가 뭔가 다릅니다. 대충 짐작은 해봅니다.
“MRT, CT 다 찍어봤..어..요..뇌 한 쪽이 눌려 있..대..요”
어눌하게 이야기 하지만 자신의 상황에 대해 제일 잘 아는 것 같습니다.
보호자로 아버지와 할머니가 오셨지만
현우와 이야기 하면 되겠다 마음 먹습니다.
말투가 어눌할 뿐, 정신은 또렷합니다.
아니 오히려 똑똑한 아이같습니다.
음악과 체육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공부는 힘들 것 같지만 중간은 한다고 하니, 선천적인 신체적 한계를 생각하면 놀랍습니다.
어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거동을 해야 하는 관계로 할머니가 대신 오셨다고 합니다.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어머니의 인물이 좋다고 하네요.
어머니의 인물을 물려받아 현우가 참 곱상하게 생겼다고 합니다. (실제로 귀티 나는 얼굴입니다)
어릴 때 그렇게 예뻤는데 크면서 보니 제대로 걷지 못하더라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장애가 현우한테 간 까닭입니다.
아들, 며느리, 손자의 장애로 얼마나 가슴 아픈 세월을 보냈을까요.
사지가 마비된 엄마, 팔 하나가 없는 아빠, 스스로도 몸을 가누기 힘든 15세의 현우.
가족 모두가 장애우인 현우네입니다.
하지만 아빠와 할머니에게 현우는 너무나 똑똑하고 귀한 아들입니다.
현우에게 할머니, 엄마, 아빠는 역시 너무 포근한 가족입니다.
현우가 상담할 것이 있다며 엄마도 침을 맞아도 되겠냐고 묻습니다.
엄마 걱정을 하는 현우가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어르신들의 중풍같은 증상을 15세 현우가 겪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쉽지 않은 상황이겠지만 최선을 다해 치료할 것입니다.
난치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는 한의원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 후에 내원한 첫 환자 현우.
어떤 인연이 얽혀 이렇게 만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미 정서적으로 충분히 가족애라는 축복이 가득한 현우네지만
건강이라는 또 다른 축복이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God bless you!
의인 전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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