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침 효도 – 어머니의 주름을 펴다..
어제는 간만에 어머니를 모시고 바람을 쐬었습니다.
이번 해부터 어머니께서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으시면 치료비가 1500원으로 산정되더군요.
경로우대를 받는 연세가 되신 것입니다.
어머니는 이제 어딜 가든 경로우대 받는다면서 좋아하셨지만 저는 양가감정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크는 것은 기쁘면서도
어머니 역시 그만큼 연세를 잡수신다는 것은 두렵습니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쑥쑥 자라되,
어머니는 천천히 나이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치아가 건강할 때 맛난 거 많이 사드리고 싶고
아직 다리가 건강하실 때 좋은 곳 많이 구경시켜드리고 싶습니다.
어제 꽃등심도 사드리고
좋은 곳도 다녀오는 길에 문득 어머니를 뵈니
주름이 참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업었을 때 그 가벼운 무게에 아들의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처럼,
세월의 흔적처럼 새겨진 어머니의 주름을 보니 마음 한 구석이 시큰하더군요.
“어머니, 동안침 놔드릴까요?”
“됐다. 너 힘든데..”
한번만 사양하시더니 바로 누우시더군요. ^^ (어머니는 제가 동안침 놔드리는 걸 좋아하십니다)
팔자주름과 눈가주름, 미간주름..어머니의 주름을 하나 하나 만지며 침을 놓았습니다.
한의대에 입학하여 첫 침시술을 어머니께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어머니께 갔을 때, 웬걸..어머니는 저한테 침 맞는 걸 두려워하셨습니다.
당시만 해도 제 실력이 미천했던 까닭이지요(하지만 매우 서운했습니다^^).
그러던 어머니께서 이제는 저에게 동안침 맞는 걸 즐기십니다.
(세월이 흐르며 저도 경험이 많이 쌓였고 이젠 어느 정도 실력이 되어 안심하신 모양입니다)
어머니 주름을 펴드릴 수 있다는 것은 저한테도 뿌듯한 일이지요.
간만에 동안침 효도를 해드렸습니다.
오래 오래 건강하고 젊고 아름답게 사시길.
부모님을 걱정하며 모시고 내원하시는 모든 분들의 마음도 저와 같을 거라 생각하며..
God bless you!
의인 전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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