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한의사
보드가야에 갔을 때였다.
콜카타 테레사하우스에서 봉사활동을 끝낸 후, 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드가야로 길을 나섰다.
보드가야에선 한국사찰인 고려사에서 기거했다. 고려사는 단층건물하나에 야외 화장실이 있는 시골집같은 단촐한 사찰이었다. 하지만 배낭여행객들에게 숙소와 식사를 제공해주니, 가난한 여행객들에겐 황송한^^ 곳이었다.
하지만 보드가야에 도착하는 날부터 이유없는 열병을 앓았다. 여행계획을 중단하고 일주일을 그저 방안에 누워만 있었다. 이국의 땅에서 아프다는 것의 고통을 실감했다. 육체의 고통 뿐 아니라 홀로 있다는 느낌이 더 몸을 움츠려들게 했다. 그제서야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인연이란 건 참 신비롭다. 인연은 서로 주고받는 인연도 있지만, 물흐르듯이 내리사랑과 같은 인연도 있다.
고려사 스님과 다른방에 묵었던 비슷한 또래의 한 여성분이 날 간호해줬다. 죽을 끓여주고, 약을 구해왔다. 그녀는 여행 대신 간호를 택해 옆에서 나를 보살펴 주었다. 스님도 절의 다른 일을 마다하고 쓰러져 있는 나에게 전력을 다하셨다. 스쳐가는 인연이었지만, 아픈 병자를 위해 전력을 다해 보살펴주셨고, 그 정성의 힘으로 일주일만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부처님이 수행했다는 보리수나무를 찾아갔고, 전정각산에 함께 올랐다.
한의사의 길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배낭여행에 나섰다. 보드가야에선 내가 환자가 되어 쓰러졌었다. 처음 보는 환자를 위해 며칠을 전력을 다하는 사람들-난 의사보다 더 의사다운 마음을 가진 분들을 그렇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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