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포기하고 아들 하나를 더 낳으십시오…

아버지와 어머니..

어릴 적 유난히 저는 기관지가 약하고, 잔병치례를 자주 했습니다.

하루는 길거리 아이스케키 장수의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어 어머니를 졸랐나 봅니다.

그 아이스크림이 사단이 났었나 봅니다.
그 날 저녁부터 알 수 없는 열에 저는 쓰러졌고,
부모님은 어린 저를 안고, 대구의 유명병원에 3시간 걸려 차를 타고 갔습니다.
(후일 그 병원장은 장관까지 지낸 분입니다)
차 안에서의 3시간이 얼마나 길고 힘들었을까요…

그렇게 절박한 심정으로 3시간이나 걸려 찾아간
당시 유명한, 후엔 장관을 지낸 그 병원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무엇이었을까요…

“이 아이는 가능성이 없습니다. 아이를 포기하고, 아들을 하나 더 낳으십시오”

어머니는 웃음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울음이 나오기는커녕 웃음이 나오더랍니다.
너무 기가 막히고 허탈해서 나오는 웃음이었다고 합니다.

입원할 필요도 없다고..입원도 시켜주지 않아서
호흡곤란으로 힘들어 하는 저를 부모님은 다시 안고 문경으로 돌아오십니다.
돌아오는 길은 얼마나 또 마음이 힘드셨을까요..
아마도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아무 말씀 하지 않고 창 밖을 하염없이 보지 않았을까요..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고 돌아오셔서  “청상보하탕”이라는 원전의 처방을 하시고,
어머니는 그 약을 밤새 달이셔서 저에게 먹여주시고 간호해 주셨습니다.

기적같이 저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났습니다.

유명한 병원장도 포기하라고 한 아이를 살린 것은
아버지의 절박한 처방과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간호였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너무 어린 나이라 저의 기억속에는 저장되어 있지 않지만,
두 아이의 부모가 된 지금,
아이가 아팠을 때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이제는 알 수 있습니다.

아마 병원장의 얘기를 들었을때
포기라는 단어도 부모님의 마음 속엔 사치스런 단어였을 것입니다.

자식을 살리겠다는 그 절박한 마음이 하늘을 감동시켰으리라 어렵지 않게 짐작해봅니다.

시골의 뒷칸이 무서워 부모님 머리맡에 소변을 보고,
학교 가기 싫어서, 동네친구들이 나를 학교에 끌고 가고,
보다 못한 어머니가 회초리를 드셨지요.

더운 여름에 얼음이 먹고 싶어,
성에가 많이 끼던 냉동실을,
칼로 성에를 제거하다가 당시 귀한 냉장고를 고장나게 했던
철부지 아들이 이제 자식을 낳고,
나를 닮은 아들녀석의 진상짓(^^)에 눈살을 찌푸리다가

당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버지는 여행을 먼저 떠나셨습니다.

말만 앞서고 늘 안부전화 부족한 철부지 아들은 어버이날이라고 어머니께 수화기를 들어봅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God bless you…

의인 전재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