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보약의 대표 처방 – 귀룡탕(歸茸湯)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입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밥투정이 심해지거나 감기를 달고 살아 걱정이라는 부모님들의 발걸음도 늘어납니다. 아기때부터 봐왔던 아이들이 훌쩍 커버린 모습을 보는 것은 반갑지만, 자주 아프고 밥투정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면 저도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부모님의 안타까운 마음을 공감하곤 합니다.
계절이 바뀌는 이맘때쯤이면 늘 생각나는 대표적인 처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소아 성장과 소아보약에 많이 활용하는 ‘귀룡탕(歸茸湯)’입니다. 오늘은 이 귀룡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1. 귀룡탕의 기원과 처방 구성
귀룡탕은 이름과 기원에 대해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저도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현재 소아에게 많이 사용하는 귀룡탕의 정확한 기원을 명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렵더군요.
거북 귀(龜), 용 용(龍)을 써서 龜龍湯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혈(精血)과 양기를 보강한다는 개념으로 설명되기도 합니다. 성인과 중장년층의 정혈 부족이나 원기 저하에도 활용할 수 있지요.
한편, 요즘 소아에게 많이 사용하는 귀룡탕은 당귀 귀(歸), 녹용 용(茸)을 써서 歸茸湯으로 표기합니다. 한자음으로는 ‘귀용탕’이며, 당귀귀룡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하지만 흔히 귀룡탕으로 부르는게 일반적입니다.
『수세보원(壽世保元)』에는 당귀와 녹용 두 가지 약재로 구성된 귀용탕(歸茸湯)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만 당시의 사용 목적은 오늘날 소아 성장 관리를 위해 활용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소아에게 활용하는 귀룡탕은 여러 가지 처방 구성이 있으며, 핵심이 되는 약재는 당귀와 녹용입니다.
당귀는 보혈(補血), 즉 혈을 보강하는 대표적인 약재이며, 녹용은 한의학에서 신정(腎精)과 기혈을 보강하고 근골을 튼튼하게 하는 약재입니다.
당귀와 녹용 두 가지를 중심으로 처방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여러 약재를 함께 조합하여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당귀, 산약, 구기자, 백출, 진피, 목향, 사인, 감초 등을 조합하여 기혈을 보강하고 소화기능에 도움이 되게 처방합니다. 한편 당귀, 산약에 산수유, 택사, 진피, 목향 등을 조합하기도 합니다. 산수유는 신정의 보강, 택사는 수분대사를 조절하는 의미가 있으며, 육미지황탕의 처방 원리를 일부 응용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제가 귀룡탕을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원장님들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귀룡탕은 하나의 고정된 구성으로만 활용하기보다는 아이의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가감할 수 있는 처방입니다.
2. 귀룡탕은 꼭 소아에게만 사용할까요?
귀룡탕의 구성과 처방 원리를 살펴보면 단순히 소아보약에만 활용할 이유는 없습니다.
성장기의 소아청소년은 골격과 근육이 발달하고 신체의 여러 기능이 성숙해 가는 시기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성장과 발달의 과정을 신기(腎氣), 신정(腎精), 기혈의 관점에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반면 노년층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여러 기능이 저하되고 근육과 골격도 약해지기 쉽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신기와 신정의 쇠퇴라는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즉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한 관점에서, 노년층에서는 저하된 신체 기능과 체력을 보강한다는 관점에서 귀룡탕을 응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표면적인 처방의 구성은 동일하더라도, 이 처방을 쓰게 되는 사고의 출발은 다른 것이죠.
이러한 부분이 한의학적인 접근 방식이며, 또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3. 의인한의원의 귀룡탕
제가 주로 귀룡탕을 활용하는 방법은 당귀와 녹용을 중심으로 하면서, 아이의 소화기능과 식욕, 수면, 정서적인 상태 등을 함께 고려합니다.
① 기혈의 보강 – 당귀, 녹용, 구기자
처방의 본래 의미를 살려 당귀의 양을 일반적인 구성보다 2배 이상 증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귀는 보혈하는 대표적인 약재로, 성장기 아이들의 기혈을 보강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약재입니다.
구기자도 자주 넣는 편입니다. 구기자는 간신(肝腎)의 음을 보강하는 약재로, 한의학에서는 근골과 눈의 건강을 위해 많이 활용합니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은 신체가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근육과 골격의 발달과 성장을 고려해야 합니다. 여기에 녹용을 가미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녹용은 한의학에서 정혈을 보강하고 근골을 튼튼하게 하는 대표적인 약재로, 소아청소년의 성장기 건강과 체력 보강을 위해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습니다.
② 소화기능과 식욕 증진 – 산약, 진피, 사인 등
진료실에서 아이들을 진료하다 보면, 비위기능이 약하거나 식사량이 적고 편식이 심한 아이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성장기에는 충분한 영양 섭취가 중요한데, 잘 먹지 못하거나 소화가 불편한 상태가 지속되면 성장과 건강 관리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경우 산약의 양을 증량하는 편입니다. 산약은 비위기능을 보강하는 대표적인 약재이며, 소화기능이 약한 아이들에게 자주 활용합니다. 여기에 신곡, 사인, 산사, 나복자, 진피 등의 약재를 아이의 위장 상태에 따라 가감합니다. 어떤 아이는 식욕 자체가 부족하고, 어떤 아이는 식사량은 괜찮지만 소화가 잘되지 않기도 합니다. 또 감기를 앓은 뒤 식욕이 떨어져 체중 회복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지요. 이처럼 아이마다 상태가 다르므로 처방의 구성과 약재의 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③ 수면과 정서적인 안정 – 용안육, 모려, 용골 등
한편 성장기에는 식사뿐 아니라 수면과 정서적인 상태도 중요합니다.
아이들 중에는 잠자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수면이 불규칙하고, 쉽게 긴장하거나 산만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용안육의 양을 증량하기도 합니다. 용안육은 한의학에서 심비(心脾)를 보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목적으로 활용해 온 약재입니다. 단맛이 있어 한약의 맛을 부드럽게 하는 역할도 합니다.
필요에 따라 모려, 용골 등을 가미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산만함이나 집중력 저하를 주소로 내원하는 아이들도 있으며, ADHD 진단을 받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려와 용골은 심신을 안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약재입니다. 귀룡탕에 용안육, 모려, 용골등을 가미하여 산만하고 정서적으로 불안함이 있을 때 활용합니다.
정서적인 안정과 함께, 성장기에 필요한 신체의 균형 있는 발달 또한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이러한 목적을 위해 귀룡탕을 다양하게 가감하게 됩니다.
이러한 소아의 스트레스, 정서안정과 집중력에 관한 내용은 별도의 포스팅에서 다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4. 귀룡탕과 녹용은 얼마나 복용할까요?
소아의 성장과 건강 관리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녹용을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복용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녹용은 예로부터 소아청소년에게 활용해 온 약재이지만, 모든 아이에게 동일한 용량이나 복용 기간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아이의 식욕과 소화기능, 성장 상태, 체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녹용의 사용 여부와 용량을 결정합니다.
비위기능이 많이 약하거나 성장 상태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아이는 몇 개월 이상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성장 관리가 반드시 한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주기적으로 키와 체중을 측정하고, 성장곡선과 성장속도, 식사와 수면 상태 등을 확인하면서 처방의 필요성과 기간을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특히 같은 반에서 키가 가장 작은 편이거나 또래보다 성장속도가 현저히 느린 아이라면 일회성 투약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겠지요.
또한 성장곡선, 부모의 키, 사춘기 발달 상태 등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소아청소년과에서 성장 관련 검사를 병행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소아 성장 관리는 단순히 키를 크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조화로운 성장을 목표로 합니다.
5. 가을과 겨울- 성장과 체력강화를 준비하는 계절
가을과 겨울, 소아 성장의 관점에서는 환절기 비염과 잦은 감기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입니다.
한의학에서는 가을과 겨울을 신체의 기운을 거두고 저장하는 계절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특히 겨울은 신정(腎精)을 보존하고 기운을 기르는 계절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계절에 관계없이 아이에게 필요한 영양과 수면, 신체활동은 중요합니다. 또한 한약은 사계절 어느 때나 아이의 건강 상태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가을과 겨울 무렵에는 추위와 건조한 환경, 호흡기 질환의 증가 등을 고려하여 아이들의 건강을 조금 더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을과 겨울에 필요한 에너지를 잘 비축하고 단도리를 하는 것이 튼튼하고 건강한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겠지요.
잔병치레가 많거나 식욕이 부족하고, 성장이 더딘 소아청소년이라면 이 시기에 아이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한번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내 및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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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귀룡탕의 전통적인 처방 원리와 임상 활용에 대한 일반적인 건강정보입니다. 실제 처방은 개인의 증상과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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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용 및 귀룡탕의 장기간 복용 시에는 전문가의 진찰과 주기적인 진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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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또래의 3백분위수 미만이거나 성장속도가 현저히 느린 경우, 성장곡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우에는 소아청소년과에서 원인에 대한 검사와 평가를 병행하도록 권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