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우리아빠- 조창인 작가님과의 인연
난 책보다 작가님을 먼저 만났다.
2007년 여름이었다. 중국 서쪽의 변경 카슈가르의 하루 4000원짜리 여행자숙소 색만빈관에서 중년의 아저씨를 만났다. 그는 한달에 걸쳐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로질러 왔다고 했다. 행색은 평범했고 꾸밈을 모르는 분이었다.
당시 배낭여행은 보통 20대 30대가 많이 했다. 중국에서도 가기가 만만치 않은 곳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 곳은 사막을 가로 질러서 오게 되는 곳이다. 파키스탄으로 넘어가기 위해 들르거나, 서부 티벳(티벳을 넘어가는 사람들의 99프로는 동부 티벳, 라싸로 들어간다)을 넘어가려는 소수의 여행자들만 이곳에 들렀다. 배낭여행자들 중에서도 오지를 다니는 하드한 성향의 여행자들이 모여 있었다. 나름 자기의 길을 간다는 자부심(남의 말은 절대 안들을 거 같은^^) 도 있는 사람들이었다.
색만빈관 한쪽엔 존스까페(John’s Cafe)가 있었다. 방은 여러명이 쉐어해서 쓰고 좁기에, 자는 시간 말고는 보통 까페에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자연스레 또래의 여행자와 이 중년의 아저씨가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 중년의 나이에도 물론 여행을 할 수 있지만, 저렴한 숙소는 불편한 점도 많고, 또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성인들은 굳이 이런곳에 오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다. 돈이 없으신가, 아님 고민이 많으신가, 가족은 있을까.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복장과 행색에 비해, 말씀은 온화했고 깊이가 있었다.
여행을 걸어온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행적을 따라가다 보니 여행을 오기 전의 궤적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 분은 ‘가시고기’를 쓴 조창인 작가님이었다. 난 당시에 그 책을 읽지 않았던 터였고, 다만 2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책의 내용보다 이분은 왜 이 길을 걸어왔을까가 더 궁금했다. 가시고기와 등대지기로 정점에 오른 작가가 왜 사막을 가로질러 왔을까? 그것도 편한 숙소와 좋은 음식을 마다하고 굳이…
푸근한 얼굴 뒤에 내면이 아주 큰 분이었다. 성공한 사람이라고 거만하지도 않았고, 성공에 도취되지도 않으셨다. 사막을 걷고 싶었고, 또 그곳에서 글의 영감을 받고자 했다. 며칠을 함께 머무르며 교감을 나누었고, 이후 나는 서부티벳으로 넘어왔고, 작가님은 길을 되돌아 중국본토로 향하셨다.
그랬던 것 같다. 무겁진 않지만, 알수 없는 깊이를 가진 이 분을 또 만나고 싶어졌다. 이후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여행과 여행의 감상을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늘 작가님은 글의 마지막에 ‘늘 돌아올 집을 생각하라’고 글을 마무리하셨다. 세계를 주유하며 젊은 열정으로 이곳 저곳을 다니던 시절, 물론 보석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자유가 목적없이 떠돌아다니며 부유하는 삶이 되지 않기를 한 줄의 글로 일깨워주셨다.
내가 돌아갈 집은 무얼까. 가족이 있는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나의 길에 대한 질문이었다. 개원을 앞두고 있던 나는 어떤 한의사가 되어야 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었다. 준비되지 않는 마음으로 개원하는 것은 내가 납득할 수 없었다. 작가님과 메일을 주고 받으며, 내가 돌아갈 집-어떤 한의사가 되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 때 여행은 카슈가르에서 서부티벳을 넘어가 티벳전역을 다녔고, 이후 인도로 건너가고, 중동의 시리아와 이스라엘을 다녀왔다. 긴 여행은 끝이 났고 나는 개원을 했다. 작가님의 책은 개원 후 만났다. 가시고기는 작가님의 삶에 대한 성찰이 깊이 있게 녹아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등대지기, 길, 아내, 살아만있어줘, 그녀가 눈뜰때, 먼훗날 느티나무까지 작가님이 쓴 거의 모든 작품을 탐독했다. 이후 인연의 씨앗이 쭉 이어져, 나의 글쓰기 선생님이 되어 주셨고, 나도 부족하지만 첫 책을 출판한 작가가 되었다.
지난 토요일엔 작가님이 뵙고 싶기도 하고, 가시고기 2탄인 ‘가시고기 우리아빠’ 서명도 받가 위해 집필실로 찾아뵈었었다. 동네 할머니가 하는 수제비를 함께 먹고, 커피매니아인 작가님이 손수 커피도 내려주셨다. 작가님의 평소 모습처럼 ‘가시고기 우리아빠’는 따뜻하다. ‘가시고기’원작에 비해 담백하지만(아들의 시각은 달라질 수 밖에), 담백함 속에 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결국은 ( )이라는…
아직 가시고기 2편을 접해 보지 않은 분들은 ( )의 의미를 찾아 한번 읽어보길 권해드린다. 어떤 이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어떤 이는 책을 천천히 음미하기도, 또 어떤 이는 미소짓기도, 또 눈이 흐려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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